이번 시간에는 헌법의 이념이 형사소송법의 이념을 지배하는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소송 절차는 개인의 법익을 침해할 수도 있고, 국가공권력의 발동으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 피의자가 경찰 조사를 받을 경우 지문채취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지문채취 시 불응 하는 경우에 과연 벌금, 구류, 과료 등의 형사처벌을 과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판례 2002헌가17
판시사항】
1.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들에게 경찰공무원이나 검사의 신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지문채취에 불응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통하여 지문채취를 강제하는 구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2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영장주의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들로 하여금 경찰공무원이나 검사의 신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지문채취에 불응하는 경우 벌금, 과료, 구류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사기관이 직접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여 피의자에게 강제로 지문을 찍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며 형벌에 의한 불이익을 부과함으로써 심리적·간접적으로 지문채취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피의자가 본인의 판단에 따라 수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임을 전제로 하므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지문채취의 강요는 영장주의에 의하여야 할 강제처분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 수사기관이 직접강제에 의하여 지문을 채취하려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하므로 영장주의원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의자의 신원확인을 원활하게 하고 수사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상 피의자의 신원확인은 피의자를 특정하고 범죄경력을 조회함으로써 타인의 인적 사항 도용과 범죄 및 전과사실의 은폐 등을 차단하고 형사사법제도를 적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그 목적은 정당하고, 지문채취는 신원확인을 위한 경제적이고 간편하면서도 확실성이 높은 적절한 방법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의한 불이익을 부과함으로써 심리적·간접적으로 지문채취를 강제하고 그것도 보충적으로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피의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를 하고 있으며, 지문채취 그 자체가 피의자에게 주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일단 채취된 지문은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되어 있는 법정형은 형법상의 제재로서는 최소한에 해당되므로 지나치게 가혹하여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판 단】
가. 수사기관의 피의자 지문채취
(1)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피부가 융기한 선 또는 점으로 형성된 각종 문형 및 그 인상을 말한다[지문규칙(경찰청 훈령 2000. 4. 1. 훈령 제301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사법경찰관은 즉결심판대상자와 고소·고발사건 중 불기소처분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의자를 제외한 모든 피의자에 대하여 수사자료표를 작성하여 경찰청에 송부하여야 하며 그 작성을 위해 지문을 채취한다(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4호, 제5조 제1항).
원칙적으로 형법위반 피의자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국민투표법,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등 41개 법률위반 피의자들의 수사자료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지문을 채취하며(지문을채취할형사피의자의범위에관한규칙 제2조 제1항), 다만, 고소 또는 고발사건 중 혐의없음, 공소권없음 등 불기소처분사유에 해당하는 피의자에 대하여는 수사자료표작성과 지문채취를 하지 아니한다. 지문을 채취해야 할 법률위반이 아니더라도 피의자가 그 신원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거나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와 피의자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여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피의자를 구속하는 때 및 수사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피의자의 동의를 얻은 때에는 당해 피의자의 지문을 채취하며, 이 중 구속을 제외한 다른 사유의 경우에는 지문채취가 면제되는 불기소처분사유가 있더라도 지문을 채취한다(같은 규칙 제2조 제2항, 제3항).
검사는 직접 사건을 인지하거나 고소·고발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경우 지문을 채취하고 수사자료표를 작성한다. 다만, 고소·고발사건의 경우 혐의없음 등의 불기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문을 채취하지 아니한다. 고소·고발사건 중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지문을 채취하지 아니하고 불기소의견, 참고인중지의견 또는 기소중지의견으로 송치받은 사건이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기수사·공소제기 또는 주문변경명령된 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기소유예, 공소보류 등의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지문을 채취하고 수사자료표를 작성한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15조 제2항, 제4항).
(2) 피의자가 위와 같은 사법경찰관 및 검사의 지문채취에 동의하는 경우 이는 임의수사로서 법률상 특별한 규정없이도 허용된다(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그러나 피의자가 지문채취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관이 발부한 영장없이 이를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우선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 피의자에 대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없이 직접 물리력을 사용하여 강제로 지문을 채취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구속되는 피의자의 경우 직접강제로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나, 다수의견은 체포 또는 구속의 경우 영장없이 직접강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1) 영장주의의 위반여부
(가) 헌법은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함께 영장주의를 밝히고 있다. 체포·구속 등 강제처분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기본권제한에 해당한다. 특히 수사기관에 의한 강제처분의 경우에는 범인을 색출하고 증거를 확보한다는 수사의 목적상 공권력의 행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헌법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체포·구속·압수 등의 강제처분을 하는 경우에 중립적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는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영장주의는 사법권독립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의 사전적·사법적 억제를 통해 수사기관의 강제처분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고 할 수 있다(헌재 1997. 3. 27. 96헌바28등, 판례집 9-1, 313, 320-321 참조).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사기관이 직접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여 피의자에게 강제로 지문을 찍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며 형벌에 의한 불이익을 부과함으로써 심리적·간접적으로 지문채취를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 역시 자유의지에 반하여 일정한 행위가 강요된다는 점에서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피의자가 본인의 판단에 따라 수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임을 전제로 하므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이루어지는 위와 같은 경우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경우’가 강제처분에 포함된다고 하거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실질적으로 법익 또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분’이면 강제처분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하며, 이에 따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지문채취의 간접적인 강요 역시 강제처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절차에서 발생하는 의무부담 또는 기본권제한의 경우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준다고 볼 수 없고, 모든 의무부담 또는 기본권제한을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예를 들면, 음주운전단속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일일이 사전영장에 의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재판소는 음주운전단속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에 대하여 ‘성질상 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실무상 숨을 호흡측정기에 한두번 불어넣는 방식으로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당사자의 협력이 궁극적으로 불가피한 측정방법을 두고 강제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여(헌재 1997. 3. 27. 96헌가11, 판례집 9-1, 245, 258)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강제처분을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지문채취의 강요는 영장주의에 의하여야 할 강제처분이라 할 수 없다.
(다)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들로 하여금 경찰공무원이나 검사의 신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지문채취에 불응하는 경우 벌금, 과료, 구류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은 관련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의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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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피의자가 경찰 조사시 지문채취에 불응하게 되는 경우에는 벌금, 과료, 구류 등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 42호는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
- 88초60 (적법절차의 원칙) : 법률이 정한 절차 및 그 실체적 내용이 모두 적정해야 적법절차를 지켰다고 할 수 있다는 판례
- 2010도2094 (군산 강제 연행 사건) :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위법행위를 기초로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는 당해 증거뿐 아니라 그에 터잡아 획득한 2차 증거에 대해서도 그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는 판례
- 98도968 (공주의료원 사건) : 진료목적으로 이미 채혈된 혈액을 간호사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 적법절차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례
※ 98도968 판례는 잘 구분해야 하는 것이 다른 음주운전자 혈액채취 관련 판례에서는 사고난 당사자(피의자)의 동의 없이 타인의 동의하에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위법한 증거수집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위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에는 "진료목적으로 이미 채혈된 혈액" 이라는 단어에 중심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적법절차에 관한 판례를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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